사람이 살아가며 누구나 한 가지 아픔과 한 번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처음은 경험이 없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때도 있다.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겪으면서 알아가게 되는 과정 속에 행복을 찾고, 경험하며 인생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아픔을 다시 겪게 되는 일은 어쩌면 더 어렵고 아플지도 모른다. 이미 얼마나 힘들지 알기 때문이다.

진호의 어머니도 그러셨을 것이다. 두 살 된 지호가 말이 느리고, 산만해 자주 시야에서 멀어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병원에 데려가게 되었다.
진호의 진단을 받았을 때, 한번으로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같은 일이 결국 다시 한번 다가온 것이다.
"병원에서 유사자폐라고 진단했어요. 병원에서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모르겠어요. 그날부터 3일 정도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진호의 장애 진단이 나오던 날, 어머니의 심정은 아마 다른 사람보다 더 충격이었을 것이다. 이미 진호의 형도 같은 장애 진단을 받았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호가 지금처럼 밝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가족의 힘' 이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진호 아버지가 그 때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형제가 같으면 우리가 편애하지 않고 더 잘 키울 수 있지 않겠냐고요. 정말 그 말이 감사하더라구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네요."
그날 이후, 진호에게 아빠는 든든한 서포터, 엄나는 곁에서 늘 함께 손발이 되어 진호를 행복한 스마일 보이로 성장시켰다.
 

알고보면 진호는 다재다능한 만능 재주꾼이다. 자격증도 두 개나 취득했고, 그림, 클라리넷과 색소폰 악기 연주, 노래, 그리고 요즘은 한마음 복지관에서 빵을 만들며 제빵자격증을 목표로 '나는 제빵 왕' 을 꿈꾸고 있다.
"진호가 학교 졸업하고 취업도 해보고, 계속 배우고 다녔어요, 밀알 복지관도 다니다가 집과 가까운 곳에 함마음복지관이 새로 생겨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죠."
복지관 제빵 수업에서 진호의 주특기는 바로 계란풀기! 그리고 맛있게 먹기!
평소 먹는 것을 좋아하는 진호는 몸매관리를 위해 현재 다이어트 중이기도 하다. 진호는 친구들에게 관심 이 그다지 많지 않다. 혼자 그 시간을 한껏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의 순서가 오며 반죽이든, 설거지든 열심히 한다. 몰입해서 맡은 일에 집중력을 발휘하여 최선을 다하는 진호를 볼 수 있다. 오븐에서 꺼낸 갓 구운 빵을 손에 든 진호의 얼굴에 그 시간의 즐거움이 묻어 있었다.

진호가 할 수 있는 많은 일중에 가장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바로 그림 그리기라고 한다. 진호가 그린 그림일기는 수준급이다. 전문적인 교육을 한 번도 받은 적 없이 오직 재능만으로 그려낸 그림이라고 한다.
그림뿐만 아니라 노래도 잘하는 진호, 인터뷰 도중 열창으로 10월의 어느 멋진 날을 취재진들에게 선사해 주었다.
"성악을 시켜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호흡조절이 어려울 것 같아 그만두었어요."
어머니의 말씀 속에 진호를 자랑스러워하는 마음이 흠뻑 배어 있다.
 

진호와 어머니가 앞으로 바라는 것은 큰 것이 아닌 소박한 행복이었다.
"앞으로 진호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일이예요. 그리고 더 원하는 건 없어요. 10년 전에 지금 복지가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잖아요. 10년후에는 더 좋아지겠죠. 진호와 우리 가족이 지금처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바램이에요."
진호는 현재 하트하트 오케스트라 단원이기도 하다. 며칠전, 공연도 있었다며 어머니는 흐뭇해 하셨다.

진호는 날마다. 하루하루 행복을 그리고, 연주하며, 열심히 만들어 가고 있다. 지금 하루하루의 노력과 즐거움이 모여 큰 행복이 진호의 앞날에 펼쳐질 것이다.
진호는 가족들의 사랑 안에서 그 행복을 만드는 만능 재주꾼이다.